2022~Kimberly & Friends(2022)
Single Channel Video, Color, Sound
clip from unity scene play
9min 30sec
song by Aggie Nam
Logo monogram/Type design by Seunghyun Lee
Kimberly & Friends (Beta DAO) 선언문 v.1.0 PACK SYSTEM
킴벌리는 현재까지 하나의 머리로, 한 명의 운영자의 가이드에 따라 가상 세계를 점유했다. 가끔은 물질세계 속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화면으로 소환되어, 운영자의 분노와 욕망을 대변해 주는 붉은 머리의 성난 도상으로 나타났다.
그런 킴벌리에 새로운 친구들이 승차한다. 친구들에게 킴벌리는 무한한 공간이고, 아주 어수선하고 허무맹랑한 소리가 정리되지 않은 채로 흩어져 있는 존재다. 친구들은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DAO를 형성하기 위해 킴벌리를 매개로 둔 창작으로 자원 확보에 나선다. 킴벌리는 모두의 정체성이 될 수 있는 가상의 인물상인 동시에 아무도, 아무것도 아닌 빈 껍데기이다. 여러 개의 손, 여러 사람의 머리와 표정, 여러 소프트웨어, 사람이 아닌 물질, 그 무엇으로든 킴벌리라는 변주 가능한 데이터 덩어리를 활성화시킨다.
친구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어떠한가? 친구들은 동시대 창작가로서 정부 주도의 공모·지원 사업의 후유증, 개인 창작 생활 중 난데없이 찾아오는 무력감, 자본을 손에 직접 쥐어 놀 수 없는 현실의 한계, 새로운 감각과 경험에 대한 욕망 등 복합적인 시간을 짊어져 왔다. 그 사이 코로나-19 판데믹의 영향과 탈중앙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로컬-국제무대로 구분 지어지던 물리적 공간의 구획이 모호해지는 현상을 직접적으로 목격하고 경험하기도 했다.
킴벌리와 친구들이 향한 곳은 어디이고 향해야 하는 곳은 어디인가? 현실의 수많은 제약들 속 판데믹으로 확장된 디지털 공간의 다원성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친구들이 킴벌리 앞에 모인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공간 또한 현실 세계와 유사한 소수의 금융·테크·대중문화 플랫폼의 주도하에 움직이고 있다. 친구들은 먼저 개인의 단위에서 해소되지 않는 불만, 두려움, 분노를 킴벌리에 주입시켜 본다. 웹2.0이 야금야금 앗아간 탈중앙화의 유토피아를 다시 한번 시도하는 웹3.0의 조류를 따라 친구들은 각자의 무게를 실어 킴벌리를 떠내려 본다.
킴벌리를 번식시키고 관리하기 위해 DAO를 실질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어떤 모습을 갖출 수 있는가? 끊임없이 증식되고 소비되는 디지털 이미지와 도상에 대한 우려가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실재하지 않는 무형의 존재가 주는 창작의 기쁨으로 충만하다. 의상 색상이나 헤어 스타일 등의 사소한 변화로 수백 개, 수만 개의 NFT 컬렉티블이 자동생성되는 가운데, 친구들은 올해 4월부터 5월 사이 킴벌리와 협업해서 각 친구의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는 창작물을 NFT로 발행했다. 이 발행물은 킴벌리와 친구들의 DAO 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원해 줄 공동 금고의 수확물이다.
친구들은 블록체인에 등록될 킴벌리나 DAO 운영의 핵심이 되는 킴벌리의 탈중앙화 된 존재론을 고안하는 것이 아니다. 친구들은 비옥한 토양 깊숙한 곳에서부터 싹 틔울 탈중앙화의 디지털 논 밭으로 서로서로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킴벌리라 불리는 다중적이고도 실재하지 않는 상이 차지할 수 있는 공간과 색다른 박자에 맞춰 호흡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경로에 킴벌리 데이터 파일의 배포 및 저작권 공유, 공동 금고 개설, 투표 방식 표준화, 토큰 발행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과속 방지턱처럼 놓여 있다. 하나씩 부숴보자.
디지털 존재 킴벌리는 한 명의 운영자가 아닌 여러, 다수, 무한의 운영자들이 탑승해 움직인다. 친구들은 의사를 개진하고 서로 간의 피드백을 선명하게 하는 창작 관계 및 과정을 도모해 킴벌리를 운행해 본다. 이번 베타 프로젝트는 그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시승해 보는 것이며, 킴벌리는 친구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해 구성한 작업물을 관통하는 창의적 재료로 기능한다. 다학제·다매체 창작 주체들로 구성된 구심점에서 무한의 형체로 변형하고 무한의 공간으로 확장하는 킴벌리의 가능성을 부각한다. 여럿이 탑승한 킴벌리의 움직임은 아직은 엇박이고 어색하지만 친구들의 킴벌리가 밝혀주는 온·오프라인 세계 속 창작과 자본의 흐름을 어지럽히는 여러 경로들을 따라 횡단한다. 킴벌리와 친구들의 월드/유니버스 투어를 기대해도 좋다.
Midnight Sun Daze(2023)
2-Channel video, sound, color
8min 31sec
Commissioned by LG OLED ART WAVE